과학 / / 2023. 3. 2. 11:18

[과학 지식] 고양이가 반려동물이 된 기원

고양이는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하게 되었을까?

 아무리 보아도 귀여운, 인간을 집사로 만들어 버리는 고양이. 인간의 반려동물로써 고양이는 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동물입니다.

 개는 지금으로부터 1만 8천 년 전 인간이 야생의 회색 늑대를 사냥 도우미로 길들임으로써 가축화 됐고, 그렇게 인간의 친구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떨까? 이들은 언제부터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인간과 공존을 시작한 것일까?

 들고양이로부터 분화해 나간 고양이는 유럽 들고양이, 남아프리카 들고양이, 아프리카 들고양이, 아시아 들고양이, 중국산 들고양이 이렇게 5개의 아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집 고양이는 단 하나의 종으로부터 가축화가 일어났습니다. 일명 사막 고양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들고양이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고양이는 생김새와 크기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야생의 고양이는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했을까? 그것은 이집트 유적의 벽화와 신화, 미라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집트 신화 속 여신 바스테트는 고양이 머리를 지녔고, 이집트인들은 벽화에도 고양이들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들의 유골을 모아 미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웅장하고 신비로웠던 문명권에서조차 고양이 집사들이 넘쳐났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결론은 약 4천 년 전 이집트의 예술품들 속에서 고양이와 관련된 기록들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과학자들은 인간이 고양이를 가축화한 시기도 약 4천 년 전부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거의 정설처럼 굳어져 갔습니다.

 그러나 2004년 지중해의 키포르스(사이프러스) 섬에서 이를 뒤집는 새로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고고학자 '쟝 드니 비뉴' 박사가 이곳의 고대 마을 유적지에서 놀라운 화석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 화석은 바로 9500년 전 사람과 함께 매장된 8개월 된 고양이 뼈였습니다. '쟝' 박사는 고양이의 뼈가 잘게 분해되지 않고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과 함께 매장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과 고양이가 유대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내용을 정리해서 <사이언스지>의 논문으로 발표합니다. 그리고 '쟝' 박사의 연구로 인해 고양이의 가축화 시기를 9500년 전까지 앞당기자는 이야기도 나오게 됩니다.

인간과 고양이가 공존을 선택한 이유

 그런데 이런 시기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인간은 어떻게 야생 고양이를 집고양이로 길들이게 된 것일까?

 미국의 고고학자 '멜린다 제더' 박사는 인간은 크게 세 가지 경로로 야생동물을 가축화시켰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먹이 경로입니다. 인간이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야생동물들을 사냥하다가 너무 힘든 나머지 몇 마리를 잡아서 길러서 잡아먹으려고 시도합니다. 그래서 결국 힘든 사냥 대신 야생동물들을 우리에 가둔 채 길러서 잡아먹기 시작하면서 가축화를 시켰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돼지, 양, 염소 등입니다. 물론 고양이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규제된 경로입니다. 첫 번째와 큰 차이는 없고 당나귀, 말, 낙타와 같은 동물들을 인간이 통제해서 운송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가축화시키는 경로입니다. 물론 운송 수단에도 고양이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끝으로 세 번째인 공생 경로입니다. 야생동물과 인간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함께 지내는 경우입니다. 야생동물이 인간의 음식에 이끌려 사람이 사는 곳에 자주 나타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 둘은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워진 야생동물들이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면 둘은 결국 서로 함께 지내게 되는 것입니다. 상부상조하는 전략입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개입니다. 개는 인간에게 사냥에 도움을 줬고, 인간은 개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개는 인간의 반려동물이 되어갔습니다. 고양이도 아마 이렇게 가축화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인간은 고양이에게 음식을 줍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인간에게 집사라는 타이틀을 줍니다. 고양이는 인간에게 어떤 도움을 줬을까?

 그것은 바로 고양이는 인간의 곡식을 축내는 쥐를 잡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쥐를 잡는 것 때문에 고양이와 인간이 서로 동거를 시작했다는 증거가 있을까?

 2014년 중국과 미국의 연구진은 중국의 콴후쿤이라는 농업 마을 유적에서 5300년 전의 고양이 뼈를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발견한 고양이 뼈의 동위원소를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비율이 이 농업 마을의 주요 곡물들의 동위원소비와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시 연구진이었던 '피오나' 교수는 이 결과가 사람들이 창고에 쌓아 놓은 곡식을 먹는 쥐를 고양이가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 곡식을 저장했고, 그 결과 사람이 사는 곳에는 쥐가 서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쥐가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고양이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인간과 고양이는 공존을 하게 된 것입니다.

 곡식이 매우 중요했던 인간의 입장에서는 곡식을 지키기에는 고양이만 한 동물이 없었고, 고양이 역시 먹잇감을 손쉽게 얻기에는 인간의 마을 만한 곳이 없었으니 고양이 입장에서는 인간과의 공존은 괜찮은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고양이는 인류의 반려동물로 자리를 잡아가게 된 것입니다.

한 개의 종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고양이

 앞에서 지금의 집 고양이는 아프리카 들고양이 한 종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좁은 지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일까?

 고양이의 DNA를 추적한 분자 유전학자인 '에바 마리아 게일' 교수는 고양이는 1만 년 전쯤에 중동 근처에서 길들여졌으며, 6500년 전 이집트와 유럽, 아시아 일부로 퍼져나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배의 역할이 컸다고 주장합니다.

 중동과 이집트 지역의 선원들은 배에 고양이를 태우고 항해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쥐가 배에 쌓아둔 식량을 훔쳐 먹고 밧줄을 갉아먹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기원전 4세기 경에는 고양이는 항로를 따라 이집트에서 로마 쪽으로 건너가는가 하면, 중세 시대에는 발트해까지 진출해 바이킹들과 함께 항해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유럽으로 퍼진 고양이들은 신항로 개척 시대에 이르러 서쪽으로는 아메리카 대륙과 호주로까지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점차 개체 수가 불어났고, 품종도 다양해졌습니다. 물론 동아시아 쪽으로도 이미 예전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고양이들이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집 고양이는 전 세계를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숫자가 무려 6억 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만약 인류가 없었다면 집 고양이의 이런 성공적인 번식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만약 고양이들이 이런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지금보다 덜 도도하고 인간 집사를 조금만 부려 먹진 않았을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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