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 / 2023. 2. 24. 10:08

[과학 지식] 네안데르탈인은 과연 멸종한 것일까?

우리의 흥미를 자극하는 고인류

 호모 사피엔스. 사회성을 바탕으로 지구를 이렇게까지 잠식한 동물은 46억 년 지구 역사상 전례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수많은 호모 속에 속한 종들 중 호모 사피엔스만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종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불과 5만 년에서 2만 년 전까지만 해도 호모 사피엔스의 친척과 같은 인류가 지구를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중 데니소바인과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많은 화석 증거들을 남기지 않은 반면,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우리의 흥미를 자극하는 많은 소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누구였고,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고 왜 인류와 공존하지 못한 채 지구에서 자취를 감춘 것일까? 정말 우리와는 섞일 수 없는 전혀 다른 종이었던 것일까?

 이번에는 사라진 인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과 복원도

 1856년 독일의 네안데르 계곡에서 한 고인류 화석이 발견됩니다. 바로 네안데르탈인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된 후 인류 진화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진화론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던 탓인지 당시 고인류학자나 생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의 선조쯤에 해당한다고 여겼고, 지금의 인류로 진화하는 과정 중 도태한 실패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현재 인류 호모 사피엔스만이 최고고 그 이전의 인류들은 진화가 덜 된 열등한 종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1864년 생물학자였던 '에른스트 헤겔'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에 호모 스투피두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기까지 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인식론은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집니다.

 1908년 프랑스 라샤펠의 한 화석지에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의 화석의 모습은 마치 원숭이처럼 구부정했습니다.

 현재에는 이런 화석을 봤다면 나이가 들었고 살아 있을 때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해석하겠지만, 당시 고인류학자들은 이 화석을 오랑우탄 수준으로 복원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원래부터 굽은 허리를 지녔고, 털도 많았으며, 까만 피부에 입도 튀어나오고, 어깨도 구부정한 모습으로 복원한 것입니다.

 아마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자신들이 가장 우월한 인종이라는 자만이 팽배해 있었고, 이는 유럽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종들은 매우 미개하다는 인종차별적인 생각으로까지 이어져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인류학자인 '이상희' 교수는 <인류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당시 네안데르탈인의 이 복원도에는 유럽인들이 식민지 원주민을 바라보던 시선이 스며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복원도의 영향력 때문인지 당시 유럽인들에게 네안데르탈인 같다는 말은 욕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럽과 서아시아 지역 약 70~350여 곳의 화석들이 발견되면서 이들의 골격은 차츰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화석 분석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차적으로 구부정한 모습에서 벗어나 곧게 서있는 모습으로 변화해 갑니다.

 마침내 2010년대에 와서는 비로소 짙은 색의 피부를 벗게 되면서 완벽한 백인으로 묘사됩니다. 네안데르탈인의 피부색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것은 2007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의 MC1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 유전자는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로, 여기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멜라닌 색소를 만들지 못해 피부가 하얗게 됩니다. 심지어 머리카락도 금발 또는 빨갛게 됩니다. 게다가 이미 160만 년 전부터 호모 속에 속한 종들에게서 몸의 털이 거의 사라졌다는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네안데르탈인을 털북숭이로 묘사했던 그림들도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네안데르탈인의 모습이 호모 사피엔스를 꼭 빼닮은 것은 아닙니다. 큰 코, 짧은 팔과 정강이, 뒤로 젖혀진 낮은 이마와 두툼한 광대 등 만약 이들을 대중교통에서 만났다면 저절로 시선이 갔을 것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생활상

 네안데르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들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돌촉으로 창을 만들어 사냥을 했고, 때로는 다른 육식 동물들이 먹고 남긴 고기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서툴지만 언어를 사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07년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에서 인간과 100% 똑같은 언어 유전자인 FOXP2 유전자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2013년에는 말하는 데 필요한 근육을 지탱하는 설골이라는 뼈의 구조가 사람과 같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은 불도 사용했고, 곡식도 먹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지에서 발견된 녹말 입자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과 손톱이나 이빨로 깨문 흔적이 있습니다. 이 화석을 연구한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연구팀은 이들이 불을 사용했으며 식물도 즐겨 먹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추가로 2014년에는 네안데르탈인의 대변 화석에서 식물에만 있는 스티그마스타놀이란 화합물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즉 이들은 육식뿐만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처럼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먹이가 부족한 시절을 잘 이겨내기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2만 4천 년 전 네안데르탈인은 이베리아 반도 끝자락에 마지막 화석을 남긴 채 영영 자취를 감춥니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

 집단을 이루고 언어도 갖췄던 이들은 도대체 왜 멸종한 걸까?

 몇몇 고인류학자들은 이들의 멸종 원인으로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을 꼽습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약 8만에서 3만 년 전 유럽과 서아시아에 살면서 서로 경쟁을 했고, 이 경쟁에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밀려 멸종을 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2009년 프랑스 레로와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턱뼈 화석에는 예리한 상처가 있습니다. 이 화석을 발견한 프랑스 국가과학연구센터의 '로즈' 박사는 호모 사피엔스가 순록의 혀를 돌칼로 잘라낼 때 순록의 턱에 생긴 상처와 비슷하기 때문에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죽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이 둘 사이에서는 무력 충돌이 있었고, 최종 승자는 현재 인류라는 주장입니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경쟁 상황까진 아니더라도 이들의 기술 수준은 호모 사피엔스보다는 확실히 뒤처졌습니다. 그들에게는 던지거나 쏘는 무기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의 문화 기술적 수준은 다가오는 빙하기와 극도의 추위를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네안데르탈인에게는 호모 사피엔스와 달리 자손을 돌봐줄 할머니의 숫자도 부족했습니다. 2004년 이상희 교수가 이들의 나이대별 유골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로 네안데르탈인은 할머니의 숫자가 젊은 층의 39%에 불과했고,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할머니 인구가 젊은 층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부족한 집단은 제대로 자손을 돌보지 못하게 되고, 문화의 전수율이 떨어져서 그 결과로 종족의 생존율도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또 2009년에는 이들이 호모 사피엔스보다 에너지를 100~350Kcal 더 소모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의견은 하나로 모아졌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변화하는 추운 환경을 극복하지 못했고, 반대로 호모 사피엔스는 추운 지역까지 진출해 잘 적응해 가며 살아남았다는 거였습니다.

우리 DNA안에 있는 네안데르탈인

 이렇게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칼로 자르듯 다른 인류로 분류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완전히 멸종한 종,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은 종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로 2009년까지만 해도 네안데르탈인과 우리의 유전자는 전혀 공통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0년에 이 모든 것을 뒤엎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됩니다. '페보' 박사의 연구였습니다. 그는 3만 8천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에서 채취한 DNA를 현생 인류와 비교한 결과, 현생 인류의 유전자 중 1~4%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를 한 '페보' 박사는 약 8만에서 5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서아시아와 유럽으로 건너온 호모 사피엔스가 원래부터 이 지역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을 만났습니다. 이 둘은 서로 교류하며 자손을 낳았고, 그 자손들의 유전자가 지금까지 전달돼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 유전자 중에는 면역, 자외선으로부터의 피부 보호, 정자의 운동성과 관련된 것들을 비롯해 지방 축적 유전자도 있었습니다. 이 유전자는 현대인에게 여전히 남아있어 비만과 당뇨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이런 사실 때문에 일부 고인류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을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가 아닌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로 부르자고 주장합니다.

 또 일각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추위를 극복하지 못해 사라졌다기보다는 호모 사피엔스에 자연스레 흡수됐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둘 사이에 교잡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는 과연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를 전혀 다른 종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집니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종은 서로 교배가 불가능하며, 설사 교배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자손을 낳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정말 사라진 인류일까?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그들과 우리가 교류를 했다면 서로 언어는 통했을까?

 이렇듯 과학은 질문에 답을 내놓기도 하지만, 때로는 위와 같은 새로운 질문들을 열어주기에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해주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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