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 / 2023. 2. 19. 22:10

[과학 지식] 진실처럼 알려진 과학 상식 5가지

인체의 세포 수와 세균의 숫자

 제가 어렸을 때는 과학 교과서나 문제집에서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총수는 약 10조 개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된 후 여러 잡지나 책에서 봤던 교수들의 인터뷰에서도 인체의 세포는 대략 10조 개이며, 우리 몸에 사는 세균은 이것에 10배에 달하는 100조 마리쯤 될 거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책에 나와 있는 수치가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에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수치들은 정말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일까? 또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다양한 과학적 상식들은 정말 상식적인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의 배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2016년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의 '론 샌더' 박사는 그간 많은 논문에서 인용되었던 10조 개라는 인체의 세포 수, 그리고 이에 10배에 달하는 100조 개라는 체내 박테리아 수치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다양한 조사 끝에 많은 논문에서 제시된 이 수치가 1977년 '새비지'라는 미생물학자의 논문을 참조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새비지'의 논문을 보면, 이 수치는 그가 직접 연구해서 알아낸 것이 아닌 또 다른 문헌들을 인용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인체 세포 수 10조 개에는 1971년 '테오도르 도브잔스키'가 집필한 <진화 과정의 유전학>에서 인용했으며 인체 내 미생물이 100조 개라는 주장은 1972년 '럭키' 박사가 발표한 논문을 참조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도보잔스키'의 책을 보면 그는 별다른 근거 없이 인체의 세포 수를 그냥 10조 개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972년 '럭키' 박사의 논문을 보면, 그는 분변 1g에 포함된 장내 미생물을 분석해 약 1천억 개라는 수치를 얻었고, 장 속에서 소화 중인 음식물이 약 1,000ml 정도 있을 거라고 대충 가정한 뒤에 분변 1g일 때 천억 개였으니 그 수치에 천을 곱하여 체내의 장내 미생물의 총숫자는 100조 개라는 결과가 나왔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체 세포의 수 10조 개는 근거 없는 값이었고, 여기에 10배에 해당하는 체내 미생물 수치도 어림값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대 과학이 밝혀낸 진실은 무엇일까?

 '론 샌더' 박사는 70kg의 성인 남성의 인체 세포를 적혈구, 근육세포, 골수세포 등 여러 영역으로 나눠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는 적혈구가 약 25조 개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혈소판이 1.4조 개로 4.9%, 골수 세포가 2.5%로 뒤를 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세포의 수는 근육 세포가 0.001%로 최하위권이지만 체내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약 20kg으로 압도적으로 1등이었습니다. 반면에 세포 수로 1등이었던 적혈구는 무게 면에서는 고작 2.5kg으로 최하위권입니다.

 아무튼 이 연구에서 밝혀진 인체 세포 수는 총 30조 개로 1970년대에 알려진 10조 개보다 무려 3배나 많은 수치였습니다.

 그렇다면 체내 미생물은 얼마나 될까?

 연구진은 체내 미생물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장내 미생물만의 개수를 다시 추정했는데, 분변 1g에 포함된 미생물은 920억 마리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는 기존 1972년에 '럭키' 박사가 제시한 1천억 마리와 비슷했습니다. 다만 '론 샌더' 박사는 장내에 소화 중인 음식물의 양을 더욱 정밀하게 계산해 평균 409mm의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분변 1g당 920억 마리에 이 수치를 곱하면 장내 미생물은 약 39조 개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결국 인체 세포는 30조 개, 장내 미생물은 39조 개이므로 그 비율은 1대 10이 아닌 거의 1대 1에 가까운 셈입니다. 이는 근거 없이 인용으로만 전해진 과학 상식이 얼마나 허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뇌신경세포의 숫자

 그리고 인간의 뇌세포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이야기 또한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여러 뉴스와 유명 학회지에서도 뇌의 신경세포가 1천억 개라고 언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일까? 이에 대해 신경과학자인 '하우젤'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아마 어디선가 우리가 1,000억 개의 신경 세포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거나 읽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10년 전, 동료들에게 이 숫자의 출처가 어딘지 아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습니다. 저는 그 숫자의 출처를 찾기 위해 참고 문헌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누구도 사람의 뇌에 있는 신경 세포의 수나 다른 뇌의 신경 세포 수를 세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뇌의 신경세포를 세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세포에는 핵이 하나만 있기 때문에 핵의 개수가 곧 세포 수가 됩니다. 그녀는 뇌의 일부 조직을 채취해 세포막을 녹여 핵만 남겼습니다. 그리고 핵 속 DNA와 결합하는 형광 물질을 넣으면 핵이 빛을 발하기 때문에 개수를 쉽게 셀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핵들 중에는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상피세포 등 다른 세포들의 핵도 섞여 있을 텐데 어떻게 신경 세포의 핵만 구분할 수 있었을까?

 다행히 신경세포의 핵에서만 발현되는 NeuN이라는 단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단백질과 결합하는 형광물질을 넣으면 신경세포의 핵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NeuN 단백질에 형광물질을 넣은 사진과 앞서 핵 속 DNA에 형광 물질을 넣은 사진의 겹치는 지점을 세면 뇌신경세포의 개수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그녀가 알아낸 뇌신경세포의 수는 약 860억 개였습니다. 통념적으로 알려진 수치보다 14%나 적은 숫자입니다.

인간은 뇌를 10%만 사용한다

 그리고 '뇌와 관련해서 인간은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말은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때는 18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와 '보리스 시디스'는 두뇌가 뛰어난 영재인 '제임스 시디스'를 연구하면서 인간은 지적 잠재력에 극히 일부만 경험한다고 주장한 게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런 주장은 1920년대 서구 사회에서 자기 계발 문화가 확산하던 시기와 맞물려 과대 포장되어 재생산되었습니다. 1929년 <세계 연감>이란 출판물에서는 '자기 계발과 관련해 인간의 두뇌엔 한계가 없습니다. 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두뇌 능력의 10% 정도만 사용한다고 말합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SF 소설가인 '존 우드 캠벨 Jr'는 여기에 착안해 자신의 단편 소설에서 역사상 그 누구도 뇌의 절반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1936년 미국 작가이자 방송인인 '로웰 토마스'는 '데일 카네기'의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앞서 나온 뇌에 관한 내용들을 짜깁기한 후 약간의 과장을 해서 '하버드 대학교 '윌리엄 제임스' 교수는 보통의 인간은 지적 잠재 능력의 10%밖에 발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는 문구를 적었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뇌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기 쉬웠습니다.

 물론 뇌과학이 발달한 요즘에는 이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시금치의 배신

 이처럼 과대 포장되어 잘못된 상식으로 굳어진 대표적인 또 하나의 사례는 바로 시금치입니다.

 1970년 독일의 농업 화학자였던 '에밀 폰 울프'는 작물의 영양소 관련 논문에서 시금치 속 산화철 성분, 즉 철분 함유량을 적을 때 소수점 한자리를 잘못 찍는 실수를 합니다. 이에 따라 시금치의 철분의 양은 10배나 부풀려졌고, 이런 잘못된 상식은 1930년대 '뽀빠이'란 만화의 유행과 함께 급속도로 대중들에게 퍼지게 됩니다. 시금치를 먹고 힘이 세지는 캐릭터인 '뽀빠이' 덕분에 시금치는 철분의 대표 명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정작 '뽀빠이'를 만든 만화가 '크리슬러 세가'는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고 힘이 나는 것은 철분 덕분이 아니라 비타민 덕분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시금치의 철분의 양이 부풀려졌다는 사실은 1981년 영국의 혈액학자였던 '존 햄블린' 박사가 영국의학저널에 발표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결국 시금치는 철분 왕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은 다른 식품들보다 높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시금치에 든 옥살산은 철분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비타민C가 감기를 예방할까?

 시금치와 같은 맥락에서 비타민C가 감기 예방에 탁월하다는 잘못된 상식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라이노스 폴링'의 이상한 믿음에서부터 비롯됐습니다. 그는 1970년부터 비타민C가 감기에 효과적이고, 심지어 심장병이나 암, 노화 방지에도 좋다며 비타민C를 신봉했습니다.

 하지만 10곳이 넘는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결과, 비타민C가 감기 예방에 좋다는 사실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부 실험에서 감기 증상을 가볍게 해주는 사례가 관찰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국 국립보건원의 임상시험에 의해 비타민C나 비타민C로 속인 가짜 약이나 그 효과가 별반 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비타민C가 감기에 좋다는 것은 일종의 위약 효과였던 셈입니다.

 이처럼 과학으로 포장된 잘못된 상식들은 도처에 널렸습니다. 앞에서 언급된 근거 없이 작성된 논문이 인용의 인용을 거쳐 진실로 자리 잡은 사례를 비롯해, 현재에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먼 훗날에는 몰상식했던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과학이 진리는 아닙니다. 끊임없이 의심하며 계속 수정, 보완되는 합리적 사고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우리가 과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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