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조새와 공통점이 많은 공룡 화석의 발견
6,600만 년 전에 거대한 소행성 하나가 지구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충돌로 1억 6천만 년 동안 중생대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완전히 멸종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공룡은 지구상에서 사라졌을까? 지구 어딘가에 공룡이 살아있진 않을까? 혹시 공룡이 우리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면 어떨까?
네스호에서 발견됐다던 괴생명체 네시 같은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주 놀라운 과학적 사실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1969년 미국의 고생물학자 '존 오스트롬' 교수는 데이노니쿠스라는 공룡 화석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이 화석을 유심히 살펴보던 그는 이 공룡과 시조새가 무려 100가지 이상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시조새가 새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데이노니쿠스가 시조새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존 오스트롬' 교수는 지금의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해 왔을 것이라는 결론에까지 다다릅니다.
새가 공룡에서 비롯됐다는 이런 놀라운 가설은 당시 공룡 학계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존 교수의 발견으로 인해 공룡에 대한 연구는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공룡이 새의 조상이라면 공룡을 파충류로 분류하는 것이 맞는지 또 변온동물은 맞는지, 게다가 공룡의 짝짓기와 양육 방식이 새와 비슷하지는 않았을지 등 다방면으로 공룡 연구에 불이 붙습니다. 공룡학자들은 이 시기를 가리켜 공룡 르네상스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때 공룡과 새 사이에 다양한 공통점들이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새와 공룡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많은 공룡이 새처럼 이족 보행을 했고 뼛속에 공기를 담을 수 있는 기낭이 발달했으며, 또 새가 날개를 뒤로 젖힐 수 있는 것처럼 공룡의 손목 관절뼈 역시 뒤로 젖힐 수 있게끔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도 밝혀집니다. 공룡과 새는 골반 역시 비슷합니다. 공룡의 가장 큰 해부학적 특징은 골반의 구조입니다. 골반에 구멍이 나 있고 이 구멍에 허벅지 뼈가 쏙 들어가는 구조, 이런 뼈 구조를 지닌 동물을 공룡이라고 부릅니다. 익룡의 골반에는 구멍이 나 있지만, 허벅지 뼈가 끼워지는 곳은 구멍이 아니라서 공룡이라 할 수 없습니다. 어룡은 골반 구조에 구멍이 아예 없기 때문에 공룡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닭, 오리, 펭귄의 골반은 어떨까요? 골반에 구멍이 나 있고 이 구멍에 허벅지 뼈가 쏙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이런 새들의 특징은 공룡과의 아주 밀접한 연관성을 더해줍니다.
이제 조금씩 새가 공룡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실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공룡에게는 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없었습니다. 그 특징은 바로 깃털입니다. 새를 가장 새답게 만들어주는 특징인 깃털이 공룡에겐 없었던 것입니다. 공룡에게 깃털이 없다면 공룡과 새가 서로 진화적으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공룡에게 깃털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과학자가 고민에 빠질 무렵 1996년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에서 놀라운 소식 하나가 들려옵니다. 바로 깃털이 달린 공룡의 화석이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화석의 이름은 시노사우롭테릭스입니다. 화석을 보면 머리를 시작으로 목과 등줄기 그리고 꼬리까지 이어지는 원시적인 깃털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노사우롭테릭스를 시작으로 인근 지역에서 프로트아르케옵테릭스, 에피덱시프테릭스, 시노르니토사우르스, 베이피아오사우르스, 코오딥테릭스 등 수십, 수백 개의 깃털이 달린 공룡 화석이 쏟아져 나옵니다. 최근에는 앞서 나온 소형 육식 공룡뿐만 아니라 큰 초식공룡 화석에서도 깃털이 발견되면서 깃털은 돌연변이 형질이 아니며 공룡이 지닌 일반적인 특징이었다는 사실로 밝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공룡에겐 깃털이 왜 필요했을까? 많은 과학자는 공룡의 초기 깃털은 하늘을 나는 용도가 아니라 체온 보호나 짝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거로 추측합니다. 지금의 새들이 화려한 깃털로 암컷을 유혹하는 것처럼. 그리고 작은 육식공룡 중 일부가 날 수 있는 비대칭 깃털을 갖게 됐고 이들이 6천600만 년 전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아 지금의 새가 됐다는 것입니다.
즉 공룡은 현재도 살아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새라고 부를 뿐입니다. 도시의 애물단지 비둘기도 공룡이며, 사람들이 자주 먹은 치킨도 공룡인 셈입니다.
공룡의 분류와 새의 위치
그럼 우리는 수많은 공룡 중 새를 어디쯤 포함할 수 있을까?
먼저 공룡은 크게 조반목과 용반목으로 나뉩니다. 조반목은 초식 공룡이 대부분이며 대표적으로 조각류, 각룡류, 후두류, 검룡류, 곡룡류로 나눌 수 있고 대표적으로 스테고사우루스와 파키케팔로사우로스가 있습니다. 용반목은 다시 용각류와 수각류로 나뉘는데 대표적인 용각류로는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있고, 수각류의 대표로는 그 이름도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키랍토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수각류에 새를 넣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1950년 독일 생물학자 '빌리 헤니히'가 만든 분기 분류법에 따르면 새는 공룡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됩니다. 닭, 타조, 펭귄, 독수리가 모두 공룡이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새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는 공룡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질문이 나옵니다. 현재에 있는 새의 유전자를 조작하면 공룡처럼 만들 수 있을까?
2006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의 생물학자 '매슈 해리스'는 가장 친근한 새인 닭을 이용해 한 가지 실험을 합니다. 닭의 유전자를 자세히 연구한 그는 닭에게 이빨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있음을 알아냈는데 이는 새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작동이 정지된 유전자였습니다. 그는 이 유전자를 다시 활성화하는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알 속의 병아리한테 원뿔형의 이빨들이 생겨났습니다. 마치 조그마한 육식 공룡처럼. 여기서 더 나아가 2009년 미국 몬테나 대학교의 '존 호너' 교수는 '해리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닭을 이용해 거꾸로 공룡을 만들려는 연구까지 계획합니다. 오늘날 살아있는 모든 새의 몸에는 이들의 조상인 공룡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 정보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닭으로부터 공룡의 특징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일명 치키노사우루스 프로젝트로 불렸던 이 연구 계획은 아직 성과는 없지만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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