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온가스, CFC의 등장과 불확실한 위험성
오존층 파괴, 프레온가스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와 달리 오존층 파괴라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 것일까?
이번 글은 오존층과 인류 사회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28년 미국의 화학자 '토머스 미즐리'는 기적과도 같은 냉매 물질을 개발합니다. 일명 프레온 가스로 불리는 염화불화탄소인 CFC였습니다. 그는 한 과학 콘퍼런스에서 CFC가 인체에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직접 이 기체를 들이마신 후 촛불을 끄는 시험까지 합니다.
이렇게 혜성처럼 등장한 CFC는 냉동산업 시장의 판도를 바꿔놨습니다. 기존에 냉장고 등에 사용되고 있던 프로판이나 암모니아처럼 유독하고 폭발 위험이 있는 물질들이 CFC로 완전히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무독성과 경제성을 갖춘 CFC는 냉동산업을 비롯해 냉장고, 에어컨, 소화기, 헤어스프레이 등 생활 전반에 깊숙이 파고들어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그러나 약 40년이 지난 1974년에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 하나가 학계를 술렁이게 만듭니다. 바로 CFC가 성층권으로 올라가 유해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논문 저자인 '셔우드 롤런드'와 '마리오 몰리나'는 자외선을 받아 CFC에서 떨어져 나온 염소 원자가 오존 분자를 지속해서 분해한다고 주장하면서 CFC의 사용 규제를 외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일부 CFC 관련 회사들은 이들의 연구가 실험실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실제로 대기 중에 있는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증거로는 볼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고, 일각에서는 CFC와 오존층 파괴를 연관 짓는 것은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치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CFC 주요 생산국이었던 미국에서는 염화불화탄소에 대한 규제 정책을 두고 암암리에 기업들의 로비가 이뤄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결과적으로 미정부는 CFC의 위험성을 인지했고 캔에 들어가는 모든 에어로졸에 CFC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1970년대 중반에는 CFC의 생산량이 소폭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CFC가 일부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오존층 파괴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탓에 국제사회의 합의를 끌어내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에 이르자 개발 도상국들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CFC를 사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CFC의 생산량은 다시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즉 CFC의 생산량을 줄이고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CFC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추가 연구들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전 세계적인 합의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합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CFC의 위험성이 널리 인식되어야 했습니다.
오존층 파괴에 관해 밝혀진 증거
그러던 1985년 5월 네이처의 사회 전반을 강타하는 논문이 실립니다.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상학자 '조나단 샹클리'는 논문을 통해 CFC 때문에 1981년부터 매년 대기 중 오존 수준이 10~20%씩 감소하고 있으며, 오존층에 구멍이 생겼다고 언급했습니다. 더불어 같은 해 8월에는 나사의 위성이 남극의 오존 분포량을 직접 촬영해 보니 6년 남짓한 시간 동안 줄어든 오존 면적이 러시아 땅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즉 1970년대 등장한 CFC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가설이 실제 대기 중에서 일어난다는 게 검증된 것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 두 연구의 전달 방식은 놀라운 마케팅이 되었습니다. 오존층의 두께가 얇아졌다는 과학적 사실 대신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다는 말과 사진 한 컷은 대중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습니다. 또 오존층 파괴가 피부암의 발생 등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대중의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구 온난화와의 큰 차이점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몇 도 오르면 이상기후로 인해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는 모호하고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 특히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물질은 그 범주도 매우 넓습니다.
하지만 오존층 파괴에 관한 문제는 명확했습니다. 인류가 만든 CFC가 오존층에 구멍을 뚫었다. 오존층이 뚫리면 자외선으로 인해 암에 걸려 죽는다. 그러니까 원인 물질인 CFC를 줄이자. 정말 깔끔합니다.
CFC가 실제로 오존층을 파괴하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 또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에 힘입어 2년 뒤에 드디어 국제사회의 합의가 이뤄집니다. 바로 몬트리올 의정서였습니다. 1987년에 20개국이 모여 CFC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대체 물질을 사용하자는 최초의 국제환경협약을 맺은 것입니다.
당시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이 CFC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CFC 관련 회사가 대체 물질을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비도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1992년에는 대한민국도 이 협약에 가입했는데, 아마 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프레온 가스와 오존층 파괴 문제를 지겹도록 들었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바로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것입니다.
오존층에 대한 사례와 지구 온난화
현재는 부유한 나라, 가난한 나라 가릴 것 없이 가입국이 196개국까지 늘어나면서 오존층 지키기에 거의 전 세계가 동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금도 이 조약은 지속해서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런 노력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CFC의 생산량은 몬트리올 의정서를 기점으로 줄어들었고, 나사에서도 남극의 오존 두께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밝혔으며 2060년경에는 오존층이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즉 오존층 파괴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없었던 것은 인류 사회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만약 30년 전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인류는 자외선으로 인해 더 큰 문제에 직면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구 온난화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지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30년 뒤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지만 작은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늘 그렇듯 인류는 답을 찾을 것이고 오존층 사례가 분명 그 길잡이가 되어 줄 거라고 믿습니다. 요즘에는 왜 지구 온난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 걸까?라는 말이 나오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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