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 / 2023. 2. 14. 09:20

[과학 지식] 바퀴벌레의 생존력

바퀴벌레의 탄생

 열대 기후에도 살아남고, 빙하기에도 버텨내고, 소행성이 떨어져서 지구가 박살이 나도 3억 년 이상을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 생명체는 머리가 잘려도 일주일 이상은 죽지 않고, 손상된 신체도 재생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주에서도 번식이 가능하고, 몸무게의 900배에 해당하는 압력도 버티며, 독성 물질에도 끄떡없고 날아다니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바퀴벌레는 어떻게 이렇게 끈질기게 오랫동안 살아남은 걸까? 이 바퀴벌레가 멸종하는 날이 오기는 할까? 훗날에 인간이 멸종하고 나면 바퀴벌레들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번에는 바퀴벌레의 생존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3억 5천만 년 전 고생대 석탄기의 지구에는 나무가 처음으로 육지에 등장하여 대규모 삼림이 형성됩니다. 그로 인해 지구 대기 중에는 산소 농도가 대폭 증가하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곤충이 살기에 좋은 날씨가 됩니다. 곤충들은 점점 거대화되고 그 수를 늘려가기 시작합니다. 거대 곤충들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지구에 바퀴벌레가 등장하게 된 것도 이때입니다.

 물론 고생대에 나타난 바퀴벌레들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모습이랑은 달랐습니다. 그 당시에는 곤충들만 번성한 것이 아니라 양서류처럼 곤충을 잡아먹는 다른 생물들도 함께 번성했었습니다. 그래서 바퀴벌레의 시초는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날개만 없는 용처럼 무서운 생김새로 진화합니다.

 당시 바퀴벌레의 수는 얼마나 됐을까? 석탄기 지층에서 나온 바퀴벌레 핏줄의 화석만 800여 종이었습니다. 화석으로 밝혀진 당시 곤충의 40%에 해당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화석 기록에 따르면 당시 곤충들의 절반 가까이가 바퀴벌레들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석탄기 때 고대 바퀴벌레들은 엄청나게 번창했습니다. 그야말로 바퀴벌레의 전성기 시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퀴벌레의 식량은 풍족했고, 딱히 바퀴벌레를 잡아먹는 천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바퀴벌레의 전성기 시절은 현재 발견되는 화석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과학자들은 단 한 지점에서 한꺼번에 1,900마리 이상의 바퀴벌레 화석을 발견한 적도 있고,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거대한 바퀴벌레의 화석도 발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바퀴벌레에게도 위기가 찾아옵니다.

대멸종에서 바퀴벌레가 살아남는 법

 지구 생명체에 무려 96%나 없어져 버리는 3차 대멸종. 그리고 연이어서 75%의 종이 사라진 4차 대멸종까지 찾아온 것입니다. 3차 대멸종과 4차 대멸종 때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났습니다. 화산은 폭발하고, 빙하기가 왔으며, 대기에는 메탄가스가 퍼지고, 해일이 일어나고, 대륙이 갈라졌습니다. 바퀴벌레는 다른 곤충들이 전부 멸종해 가던 와중에도 진화를 선택합니다.

 고대 바퀴벌레의 몸에는 거의 몸길이만 한 산란관이 있었습니다. 이 산란관을 나무껍질 안에 박아 넣고 알을 낳았습니다. 한 번에 알을 하나씩밖에 못 낳았고, 한 번 낳았던 알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게 되어서 자손의 번식에는 불리했을 것입니다. 자손의 생존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후에 산란관을 버리고 알집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으로 진화합니다. 덕분에 바퀴벌레의 자손들은 생존력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또 고대 바퀴벌레는 몇 차례 대멸종을 거치면서 사마귀, 흰개미 등등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게 되어 다양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바퀴벌레와 사마귀, 흰개미는 조상이 똑같은 고대 바퀴벌레라는 것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입니다. 흰개미는 개미처럼 사회를 이루어 살며 계급도 있고, 사마귀는 육식에 혼자서 지냅니다. 바퀴벌레는 남의 집에 숨어서 기생하여 살고 있는데 이렇게 세 곤충이 고대 바퀴벌레의 후손들이라니, 생물들의 진화는 아무리 봐도 신기합니다.

 석탄기의 바퀴벌레부터 백악기의 바퀴벌레까지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석탄기의 바퀴벌레는 우리가 알던 모습이랑 아주 달랐습니다. 두 번의 대멸종을 거치면서 사마귀, 흰개미 그리고 바퀴벌레로 분화됐습니다. 그리고 백악기에 와서야 우리에게 익숙한 바퀴벌레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백악기의 바퀴벌레를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공룡들이 지배하던 백악기 때도 대량의 멸종이 있었습니다. 소행성 충돌로 지구 생명체의 70% 이상이 사라져 버린 K-Pg 대멸종입니다. 이때도 바퀴벌레는 전 지구 생명체가 대부분 멸종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생존합니다. 이때 살아남은 바퀴벌레는 지금까지도 생존하고 있습니다.

 3억 5천만 년 전에 나타난 바퀴벌레는 세 번의 대멸종 때 생존하여 인류가 번성한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현재 바퀴벌레의 아종은 무려 4천여 종입니다.

바퀴벌레의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의 비밀

 지금부터 바퀴벌레의 생존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바퀴벌레는 아무것이나 잘 먹습니다. 여러 개체가 모여서 집단생활을 하는데, 동료들의 사체나 배설물도 먹고 사람 손톱이나 머리카락 같은 것들도 다 먹습니다. 당연히 쓰레기도 먹습니다. 정말로 먹을 게 없어도 아무것도 안 먹고 2~3주 정도는 끄떡없이 버틴다고 합니다.

 또한 바퀴벌레는 잘 죽지도 않습니다. 머리가 잘려도 일주일은 살아있을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목이 잘렸는데 살아있을 수 있을까? 바퀴벌레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특별한 능력은 아닙니다. 우리 인간의 생명 활동은 거의 다 뇌에서 처리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머리가 없으면 바로 사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바퀴벌레의 경우에는 온몸에 신경다발이 분포돼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생명 활동이나 신경 반사 같은 경우 뇌가 아니라 몸에서 직접 처리하기 때문에 뇌가 없어도 생명을 지속하는 게 가능합니다. 그리고 바퀴벌레에게는 다리 같은 부위가 잘리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바퀴벌레는 다리가 잘려 나가도 재생이 가능합니다.

 또 바퀴벌레는 어지간한 독에는 내성까지 있습니다. 바퀴벌레는 몸은 세균에 대한 저항 물질을 분비합니다. 그래서 바퀴벌레는 몸에 온갖 세균을 가지고도 멀쩡히 살아갑니다.

 바퀴벌레는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도 또한 경이롭습니다. 그중 번식력이 놀랍습니다. 바퀴벌레가 교미를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암컷 바퀴벌레는 수컷의 정액을 몸에 저장해 놓습니다. 이렇게 한 번만 저장해도 암컷은 평생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더 이상의 교미는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바퀴벌레는 자손을 지키려는 욕망이 굉장히 강합니다. 바퀴벌레는 알집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끝까지 보호합니다. 만약 암컷 바퀴벌레가 죽을 위기에 처하면 알이라도 끝까지 낳고 죽습니다. 만약 암컷 바퀴벌레는 죽고 알은 멀쩡하다면 그 알에서 나온 새끼들은 죽어버린 바퀴벌레의 몸을 먹으면서 영양분을 얻습니다. 그렇게 성충이 될 것입니다. 또 어떤 바퀴벌레 종은 새끼가 부화하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육아도 해준다고 합니다.

 이러한 번식력에 대해서는 정말 재밌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러시아 연방우주국은 무인 우주선 포토M에 바퀴벌레를 태워서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절반의 바퀴벌레는 사망했는데 이 중에 '나데즈다'라는 바퀴벌레, 한국말로 '희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바퀴벌레는 우주에서의 12일 동안 임신도 했고 33마리의 새끼까지 낳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우주의 환경이 정말 안 좋았습니다. 우주 방사능, 극심한 온도 변화, 무중력 상태와 같은 안 좋은 환경에서도 바퀴벌레는 자손 번식에 성공했습니다.

 바퀴벌레의 생존력에는 유전자도 한몫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질바퀴라는 바퀴벌레는 대략 2만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숫자는 곤충 중에서는 가장 많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수하고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유전자 중에서는 음식 냄새를 맡고 먹이를 찾는 능력을 높여주는 유전자도 있었고, 독이 있는 음식을 먹어도 이걸 바로 해독시켜 주는 그런 소화 유전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바퀴벌레가 아무거나 다 잘 먹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또 바퀴벌레는 생존에 꼭 필요한 능력인 포식자의 기척도 잘 감지합니다. 바퀴벌레의 꼬리 한쪽에는 진동을 감지하는 기관이 있어서 미세한 진동도 느낄 수 있습니다. 진동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동이 울리는 순간 포식자가 있는 곳의 반대 방향으로 도망갑니다.

 또한 바퀴벌레는 미끈한 몸을 이용하여 포식자에게 발각되면 좁은 틈새를 찾아 숨어 버립니다. 이 틈은 바퀴벌레의 몸보다 훨씬 좁아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바퀴벌레 몸의 3분의 1만 되어도 어떻게든 숨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바퀴벌레는 생존에 특화된 여러 능력으로 극지방이나 고산지대를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 곳이든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바퀴벌레는 5개 과에 4천 종 이상. 기본적으로 바퀴벌레들은 생존 특화 능력을 극대화하여 다양한 환경에서 전 지구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한 생물체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에게 반가운 존재는 아닙니다. 바퀴벌레는 너무 많은 병균을 가지고 있어 인간에게는 해충입니다. 그리고 너무 혐오스럽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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