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 / 2023. 2. 7. 14:10

[과학 지식] 블랙홀에서 일어나는 일

블랙홀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

 우리가 실제로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면 혹은 블랙홀에 아주 가까이 가게 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어떤 영화처럼 미지의 공간으로 진입하게 될까? 아니면 일반적으로 아는 것처럼 블랙홀의 중력으로 인해 몸이 완전히 늘어나게 될까?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로 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목표는 우리은하 어딘가에 있는 어떤 블랙홀입니다.

 아주 오랜 여행 끝에 블랙홀 근처까지 도달한 우주선은 바로 블랙홀 주변 궤도에 진입할 것입니다. 지구의 중력을 따라서 달이 공전하고 인공위성들이 공전을 합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우주선도 이런 달이나 인공위성처럼 블랙홀의 안정적인 궤도를 선택한 후 블랙홀 주변을 끊임없이 공전하게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우주선은 블랙홀의 인공위성이 될 것입니다. 블랙홀에서 아직은 꽤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이 정도로는 강한 중력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우주선을 지금보다 블랙홀 더 가까이 가서 근거리에서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는 아주 신중해야 합니다. 블랙홀 가까이 가더라도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사건의 지평선은 그 어떤 물질도, 심지어는 빛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는 경계입니다. 이러한 경계는 마치 칼날처럼 정확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경계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끝이 없는 중력의 힘으로 인해 다시는 블랙홀 밖으로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됩니다. 사건의 지평선에 닿는 순간 그 어떤 것도 중력을 벗어날 수 없게 되어 우주선도 입자도 빛도 그리고 그 어떤 종류의 복사선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론대로라면 사건의 지평선 지름의 1.00001까지는 가도 괜찮으므로 강한 힘으로 우주선을 가속할 수 있다면 빠져나갈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사건의 지평선이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알아야만 어디까지 진입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건의 지평선 둘레를 알아보기 위한 과정

 사건의 지평선 둘레를 알아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먼저 현재 블랙홀을 따라 돌고 있는 우주선 궤도의 원둘레를 측정합니다. 원둘레를 대략 100만 km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달 궤도의 약 절반가량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우주선의 공전주기를 알아내야 합니다. 공전주기를 알아내기 위해서 블랙홀의 반대편을 올려다보면 이상한 광경이 펼쳐져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별들이 머리 위로 돌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둠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별빛이 휘어졌기 때문입니다. 블랙홀에 어느 정도 가까이 들어왔을 때 블랙홀의 중력으로 인해 하늘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머리 위 별들의 움직임을 계산을 해보니 약 5분 46초마다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주선의 공전 주기입니다.

 뉴턴이 태양 질량을 구할 때 사용했던 수식으로 공전 주기와 원둘레로 블랙홀의 질량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이 공식을 적용해보면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10배가 나왔습니다.

 여기까지 계산했다면 사건의 지평선의 지름도 구할 수가 있게 됩니다. 지평면의 원둘레는 대략 1 태양 질량에 18.5km를 곱해주면 됩니다.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의 10배이니 18.5km 곱하기 10. 즉 185km가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지평면의 둘레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알았다고 해도 바로 블랙홀 가까이 사람이 뛰어 들어갈 순 없습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탐사 로봇을 준비해서 가져갑니다. 이 로봇을 블랙홀 속으로 빠뜨려 보겠습니다. 로봇은 블랙홀로 끌려들어 가면서 우주선으로 녹색의 레이저를 쏠 것입니다. 그리고 우주선이 이 레이저 광선을 전송받은 후 파장을 측정하면 로봇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블랙홀 속으로 추락 중인지, 그리고 얼마나 멀리까지 갔는지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떻게 레이저로 로봇의 거리랑 속도를 측정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도플러 효과에 따라서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광선의 파장은 길어지면서 빨갛게 변하게 됩니다.

 측정할 준비가 끝났다면 로봇을 떨어뜨려 보겠습니다. 로봇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블랙홀 속으로 빠르게 낙하할 것입니다. 10초 후 레이저 신호를 해독해보면 로봇은 이미 2,630km를 낙하했습니다. 20초 후 속도는 두 배가 되었고 낙하 거리는 네 배나 됐습니다. 60초 후 초속 무려 9,700km 그리고 낙하 거리는 135,000km. 그리고 로봇이 우주선에서 낙하한 지 61.8초에서 61.9초 사이 단 0.1초 만에 로봇의 녹색 레이저 신호는 적색에서 적외선으로, 적외선은 마이크로파로, 그리고 이 마이크로파는 전파로까지 순식간에 변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로봇의 레이저 광선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탐사 로봇은 빛의 속도에 도달했으며, 사건의 지평면 너머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 모든 일은 대략 1분 남짓 되는 시간 만에 다 벌어진 것입니다. 탐사 로봇이 쏜 파장은 우주선이 측정할 수 있는 한계 능력을 넘어가 버렸습니다. 아마도 파장은 그 후에도 계속 두 배씩 증가하면서 무한히 커졌을 것입니다. 이 파장은 블랙홀의 중력을 벗어나는 데 영원한 시간이 걸리게 될 것입니다.

인간이 블랙홀 가까이 다가가면 생기는 일

 이제 우주선에 탄 인원이 블랙홀로 직접 내려가 보겠습니다. 우주선의 궤도를 조금씩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블랙홀 가까이 다가갈수록 몸에 뭔가 이상한 힘이 느껴지게 됩니다. 분명히 우주인은 우주선 안에서 자유롭게 떠다니고 있지만, 다리를 당기는 힘은 갈수록 강해지고 머리는 그만큼 반대쪽으로 잡아당겨지는 것입니다. 몸이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몸의 중심에서는 마치 무중력처럼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

 우주인의 발은 머리보다 블랙홀에 더 가까우므로 블랙홀의 중력은 발을 더 강하게 잡아당깁니다. 그와 동시에 우주선은 블랙홀 주변을 빠른 속도로 공전하고 있으므로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력과 원심력. 이 두 가지 힘은 우주인의 신체 가운데에서 상쇄됩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지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납니다. 다만 그 힘의 차이가 백만분의 1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블랙홀 가까이 접근하고자 한다면 우주인의 고통도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머리를 끌어당기는 힘도, 다리를 잡아당기는 힘도 계속해서 커집니다. 머리는 온갖 통증과 피가 몰리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다리는 뽑혀버릴 것 같을 것입니다. 물론 몸의 가운데는 여전히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더니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블랙홀의 20,000km 궤도에서 힘의 차이는 무려 15G. 지구 중력의 15배입니다. 몸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다리와 몸쪽에 각각 15G의 힘으로 당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인이 살기 위해서 몸을 최대한 공 모양처럼 웅크려 봅니다. 몸의 길이를 줄여서 이 모든 힘의 차이를 줄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우주인은 탈출 버튼을 누르고 우주선 엔진을 켜서 조금씩 블랙홀의 궤도를 빠져나갑니다. 그와 동시에 우주인을 잡아 늘리던 힘도 사라져 가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에 우주인이 탈출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블랙홀 안쪽으로 깊숙이 빠져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주인이 아무리 튼튼한 우주선을 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심지어는 우주인이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이었더라도 기조력은 반드시 작용합니다. 아마도 사건의 지평선을 가로지른 지 단 0.0001초도 되지 않아서 우주인과 우주선은 쭉 늘어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 직후 모든 선체와 신체는 조각조각 끊어지고 블랙홀의 특이점으로 돌진했을 겁니다.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 조석력은 무질서하게 진동합니다. 이 힘은 우주인을 여러방향으로 무작위로 늘렸을 것입니다. 이 과정은 점점 더 빠르고 강력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원자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특이점의 특징인 것입니다. 시공간의 곡률이 무작위로 진동하면서 어마어마한 조석력을 만들어냅니다.

불가능한 블랙홀 내부의 조사

 고작 20,000km 궤도까지 밖에 다가가지 못했다고 우주선은 블랙홀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우주인은 블랙홀을 조금 더 조사하기로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따른 블랙홀이 무거울수록 조석력은 약해진다는 것을 따라서 우주인은 다른 블랙홀을 찾아 나섰습니다. 어떻게 블랙홀의 질량이 커지는데 조석력은 약해질까?

 조석력은 블랙홀의 질량을 원둘레를 세제곱으로 나눈 값에 비례하게 됩니다. 즉 블랙홀의 질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지평면의 둘레는 비례해서 늘어남으로 인해 지평면 부분의 조석력은 감소하게 됩니다. 태양 질량의 100만 배 정도 되는 블랙홀의 경우에는 그 지평면이 약 10만 배나 더 길고 조석력은 10에 10제곱 배만큼 약해집니다. 하지만 어떤 블랙홀이 태양 질량의 100만 배나 된다고 해도 사건의 지평선 부근에서 느껴지는 중력의 힘은 지구 중력에 일억 오천만 배나 될 것입니다.

 훨씬 더 무거운 블랙홀을 찾아봐야겠지만 아직 인간이 관측해낸 블랙홀 중에서 가장 무거운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60억 배 되는 TON 618입니다. 사냥개자리에 있는 엄청난 질량의 블랙홀입니다. 하지만 TON 618 역시도 사건의 지평선 코앞까지 가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이 죽지 않고도 사건의 지평선 둘레에 1.000001거리까지 도달하려면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5조나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블랙홀은 현재까지는 인간이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혹은 우리 우주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태양 질량의 15조 되는 블랙홀이 실제로 있다면, 그렇다면 사건의 지평선 아주 가까이 갈 수 있을까?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이런 블랙홀이 실제로 있다면 지평면 원둘레만 무려 29광년이나 될 것입니다. 이 블랙홀은 아주 느리게 회전할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사건의 지평선 바로 앞까지 가더라도 지구 중력의 10배 정도 되는 기조력이 생길 것입니다. 적어도 사건의 지평선 근처까지 가도 죽지는 않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예외 없이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버리면 그 어떠한 것도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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