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의 천재 '에라토스테네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2,300년 전의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적인 증명으로 사람들은 이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적 증명 이후 약 100년이 지나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가 등장합니다. 그는 지구가 둥글다는 증명을 기반으로 지구의 둘레를 계산하는 천문학적인 업적을 남겼습니다.
어떻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가지고 지구 둘레를 계산할 수 있었을까? 2,200여 년 전이면 인공위성도 없고, 발전된 천문학 기구도 없는 기술이 부족했던 그때 당시에 어떻게 지구의 크기를 구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약 2,200년 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는 고대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이 있는 대도서관이 있었습니다. 이 도서관은 그냥 단순히 책만 보관하는 것은 물론,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이자 국립학술원, 자연과학 연구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여러 유명 학자에게 연구실과 함께 연구비도 지원했습니다.
이 당시 두뇌가 뛰어난 사람이 도서관장을 맡았었는데, '에라토스테네스'는 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중앙도서관장이었습니다.
이런 일화가 있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머리가 너무 똑똑해서 베타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베타는 그리스 알파벳의 두 번째 글자인데, 그의 능력이나 지식을 시기한 사람들이 일부러 그를 베타라고 부르면서 깎아내렸다고 합니다.
보고서에서 비롯된 실험
그는 어느 날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이상한 보고서를 발견합니다. 그 보고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짓날에 시에네의 변방 국경 지대에서는 사물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정오의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사원의 기둥이나 수직으로 서 있는 막대기의 그림자가 점점 짧아지는 현상입니다. 정오에 가까워질수록 태양이 바로 머리 위에 수직으로 있으므로 그림자는 전부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별거 아닌 보고서라고 여기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에라토스테네스'는 상상력이 많고 호기심도 많은 과학자였습니다. 그는 이런 평범한 현상에 대해서 이상한 점을 느낍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 지역은 하짓날 정오 때도 그림자는 사라진 적이 없는데 시에네에서는 그림자가 사라진다. 무슨 일인지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짓날이 다가오자 '에라토스테네스'는 실험을 준비합니다. 본인은 하짓날 정오 시간에 그림자가 어떻게 지는지 알렉산드리아의 기둥을 관찰합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에라토스테네스'는 시종 하나를 시에네로 보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에네에 있는 기둥의 그림자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보고서대로 시에네에서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면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결과는 '에라토스테네스'가 알렉산드리아에서 관찰한 기둥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같은 날 같은 시간 시에네로 보내졌던 시종은 복귀 후에 '주인님 시에네의 보고서는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보고서대로 시에네의 해는 정확히 수직으로 떴고, 그림자는 전부 사라졌습니다. 우물 속에는 태양 빛이 수직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보고합니다.
같은 시간에 시에네의 그림자는 전부 사라지고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알렉산드리아에는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다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에라토스테네스'는 그 당시 지역에 따라서 그림자 모양이 달라지는 이런 이상한 자연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연구하다 보니 결국 그는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 두 지역의 그림자가 다른 것은 바로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평평한 지구의 고대 이집트 지도에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떨어진 두 지역에 막대기를 하나씩 세워서 태양이 이 막대기 위에 정확히 수직으로 떠 있다면 두 지역에서 그림자는 생길 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지구가 둥글다면 시에네에서는 막대기의 수직 위치에 있던 태양이 더욱 북쪽에 있는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수직 위치가 아니게 될 것입니다. 구부러진 정도가 심해질수록 그 차이는 더 심해질 것입니다. 즉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의 두 지역의 그림자 각도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도 서로 다른 이유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라는 근거로 이러한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머리와 막대기로 구해낸 지구의 둘레 길이
'에라토스테네스'의 연구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구가 정말로 둥글다면 지구의 크기는 얼마나 클까? 그 둘레는 얼마나 될까?
'에라토스테네스'는 그림자를 이용해서 지구의 크기를 계산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먼저 그는 알렉산드리아의 지면에 수직으로 막대기를 세웁니다. 막대기에는 그림자가 질 텐데, 이때 막대기의 위쪽 끝과 막대기 그림자의 위쪽 끝을 가상의 선으로 이으면 삼각형이 완성됩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이 막대기와 가상의 선 사이를 이루는 각을 재어서 7.2도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렇다면 지구 중심으로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 사이가 이루는 각도도 역시 7.2도일 것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가정한 대로 지구가 완벽한 360도의 원 모양을 하고 있다면 알렉산드리아부터 시에네까지의 거리를 잰 다음 360을 7.2로 나눈 숫자 50을 곱한다면 지구의 둘레를 정확하게 잴 수 있을 것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이번에도 시종을 보내어 시에네부터 알렉산드리아까지의 거리 약 925km를 쟀습니다. 이 거리의 값을 토대로 계산하자면 925km 곱하기 50. 정답은 4만 6천 km라는 숫자가 나오게 됩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계산에 의하면 지구의 둘레는 4만 6천 km입니다. 현대 과학으로 정확하게 측정한 지구의 둘레는 4만 75km이니 무려 2200년 전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고대 시대에 이 정도 계산이라면 엄청난 정확도일 것입니다. 게다가 '에라토스테네스'가 사용한 도구라고는 막대기와 그림자 그리고 생각뿐이었으니까 더더욱 놀랍습니다.
현재에 와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오차의 이유
그런데 '에라토스테네스'가 계산한 지구 둘레는 4만 6천 km였고, 실제 지구 둘레는 4만 75km입니다. 이렇게 그의 계산은 약 6,000km 길이의 오차와 14% 정도 지구의 크기를 초과 계산했는데, 이 정도 오차를 보였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로 지구는 완전한 구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 간의 거리 측정값이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지도로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의 거리를 계산해 보면 약 840km가 나옵니다. 여기에 50을 곱하면 42,000km 정도가 나옵니다. 거리 측정이 조금만 더 정교했다면 지구 둘레 계산을 훨씬 정확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무려 2,200년 전에 이 정도 정확도라면 정말 놀랍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에 의하면 그 당시 '에라토스테네스'가 사용했던 스타디아라는 길이 단위가 국가나 시대에 따라서 그 값이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의 스타디아는 157m인데, 고대 그리스에서는 185m. 그런데 만약에 '에라토스테네스'가 사용한 길이 단위가 이집트의 스타디아였다면 지구 둘레는 39,690km가 나옵니다. 실제 지구 둘레하고 0.9%밖에 차이가 안 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수치는 훨씬 더 정밀해진 계산값이지만 당시 '에라토스테네스'가 이집트의 스타디아를 사용했을지 아니면 그리스 스타디아를 사용했을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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